에세이
에디터들이 전하는 일상, 성형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에세이
책기부를 위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책기부를 위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서동성가공부방의 박희정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책기부를 신청한 지역아동센터를 오늘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4시간동안 금정구와 북구, 세 기관을 다녔는데 모든 게 순조로왔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좁은 골목길로 안내해준 택시기사님까지도 내 나들이를 도와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동안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내내 조급했었어요. 지난주까지 부가세 신고와 장부정리로 짜증이 잔뜩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금정구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박희정 수녀님의 얼굴을 마주하며 모든 화와 짜증이 사라졌어요.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화가 부끄러웠습니다. ‘아,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맑은 얼굴로 아이들을 돌보는 분들이 계시구나’, ‘우리의 작은 기부를 기도로 기다리는 분이 계시구나’ 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따뜻해졌지요. 오늘은 누군가 나를 위해 모든 사람들을 배치해준 것처럼 일정이 순조로운 날이었습니다.
업무에 갇혀 지내다보면 감사를 잊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를 찾는 고객이 많아도,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많아도 감사는커녕 투정을 부릴 때가 적지 않지요. 매출을 전부 노출하니 수익구조가 엉망이네, 우리 모두 죽으라고 일하는데 늘 돈에 시달리네... 이러면서. 따지고 보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수익이 많기 때문이며, 매출을 모두 신고하는 것도 납세자의 당연한 의무로 억울할 일이 아닌데, 그동안 참 많이 투정을 부리고 산 것 같아요.
오늘 나들이는 무엇이 중요하며 어디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일깨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으며, 일에 몰입되면서 편협해지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귀한 일깨움을 주신 서동성가 공부방의 박희정 수녀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아이들의 책기부소식을 본인의 일처럼 좋아하시는 그 분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몸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하루였다는 것도 전하고 싶고 또 이런 경험을 가지게 해준 원장님과 우리 병원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방문기관 중에서 북구 산성로에 소재한 <리틀스쿨지역아동센터>와 금정구 서동에 위치한 <서동성가공부방>의 아이들에게 매월 책 기부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업데이트 : 2020.07.03